길위에서 만나다 7

[2006/07/04] 허티엔을 거닐다

어제 교수님가 약속했던 위구르 친구들을 만났다. 20살 남짓의 파티쿨이란 처자와 마이투티란 총각. 물론 대화는 교수님과 파티쿨의 중국어를 통해 이루어졌다. 먼저 호탄의 명물이라는 호두 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표지판을 보니 당나라때 현장법사가 발견한 호두나무라고 하는데, 거대한 것 외에는 별로 관심이 안갔다. 내가 보고자 했던 건 거대한 황량함이었으므로.. 대충 둘러본 후 양고기와 과일을 사서 강가로 소풍을 갔다. 파티쿨과 마이투티는 나름대로 열심히 물놀이를 하고, 친절한 병윤씨는 사진을 찍어주고, 나는 그냥 관광만 했다. 오랫동안 햇빛에 노출되어서인지 꽤나 피곤한 하루다. 남은 일정에 대해 병윤씨와 얘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호탄에서 헤어져야 할 듯 싶다. 병윤씨는 천천히 남은 일정을 즐기며 남부실크로..

[2006/07/02] 허티엔의 명물 일요시장을 보다

카슈카르로 가는 버스표부터 예매했다. 어제밤 인터넷카페에서 본 바로는 어제 천장철로가 개통되면서 라싸행의 비합법적인 루트가 거의 막혔다고 한다. 아무래도 카슈카르에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봐야 겟다. 아침부터 사막에서 불어온 모래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몇 발 자국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황사가 심하다. 버스표를 예매한 후 일요시자을 가기 위해 길을 물었지만, 현지인은 일요시장이란 단어를 모르다. 다행히 중국어를 하는 한국 여학생을 두 명 만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참 묘한 인연들이 묘한 장소에서 도움을 준다. 40분 쯤 방황(?)을 한 끝에 일요시장에 도착했다. 엄청난 사람들과 가축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온갖 가축들과 농산물들, 비단, 음식, 옷가지, 장시구, 폐휴지....엄청나다. 한 바퀴를 대충 둘러..

[2006/07/01] 허티엔으로

우루무치를 떠난 지 17시간 만인 오전 7시. 사막공로가 끝나는 곳에서 아침이 밝아온다. 정교수님은 내일 허티엔 일요시장으로 오기로 하고 일단 이티엔에서 내렸다. 허티엔에서 내린 후 지도를 구하기 위해 시내를 헤맸지만, 결국 실패. 우루무치와 마찬가지로 허티엔 역시 배낭여행객이 없다. 몇 군데의 빈관을 찾았지만, 가격이 맞지 않거나 외국인은 받지 않는다고 해서 결국 택시를 타고 허티엔 잉빈관으로 갔다. 지도만 있었더라도 충분히 걸어서 찾을 수 있는 거리였는데... 허티엔은 옥으로 유명하다더니, 조금만 시내를 걸어도 어린 친구들이 여지없이 달라붙어 옥가공품을 사달라고 한다. 대부분은 약간의 실랑이끝에 무러가건만, 유독 두 녀석은 숙소 근처까지 근 500 미터를 따라오며 괴롭힌다. 아무래도 내일 일요시장을 ..

[2006/06/29] 우루무치

45시간의 기차여행으로 도착한 우루무치는 가이드북의 내용과는 딴판이다. 도미토리가 있다고 했던 모든 여관은 호텔로 리모델링하면서 없어져버렸다. 4시간 여를 헤매다 샤샤라는 러시아 배낭여행자를 만나, 신장대학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신장대학 근처 만두집에서 만두를 시켜먹었다. 영어, 위구르어, 중국어, 한국어가 정신없이 오갔다. 중국어가 되었더라면 좀 더 깊이 그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을텐데.. 오늘은 신장대학의 조교처럼 보이는 만지린의 기숙사에서 묵기로 하고, 돌아오는 길에 선물의 의미로 하이과를 사들고 갔다. 호박맛과 참외맛이 뒤섞이 괴이한 맛의 과일이다. 며칠동안 만난 중국친구들의 한국에 대한 주된 화제는 단연 한국드라마의 열풍으로 말미암은 '한국에 대한 환상'이었다. 개인적으로 관심도 없던..

[2006/06/27] 첫 길동무를 만나다

베이징에서의 3일. 좋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배낭여행자들이 아니어서일까? 조금씩 틈이 생기고 있다. 왕푸징 거리에서 먹어본 전갈 튀김 맛이 새롭다. 떠나기 전 만난 한국 친구가 화이팅을 외쳐 준다. 이상하게 그 한마디가 나에게 힘을 준다. 베이징 서역에서 열차를 탄 지 45시간. 창밖의 풍경이 새롭다. 산은 전체적으로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으며 나무가 없어 황량한 느낌이 든다. 강물은 모두 황토빛을 띄고 있고 흙벽집들은 모두 폐가처럼 보인다. 기차를 탄 지 30시간 정도가 지나고서야 같은 칸에 한국인이 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가르치신다고 한다. 아무래도 첫 길동무를 만난 것 같다. 우루무치에서 남쪽 실크로드의 새로운 루트를 그 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우루무치에서 카슈카..

[2006/06/25] 여행을 시작하다

삶에 대한 무력감과 권태가 극에 달하자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되돌아 보게 된다. 홀로 떠나는 생애 첫 여행. 이 여행의 끝에서 난 어떤 풍경을 보고 있을까? 암흑의 순수. 밤바다에 안개마저 시야를 가려 난간 밖으로 뻗은 내 손조차 보이지 않는다. 암흑 속에서, 이 배는 항해를 계속하고 나는 그러하지 못했던 것이 목적지의 있고 없음에 대한 차이가 아닌가 한다. 결국 사랑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이다... 레오 유스호스텔. 여행의 첫 숙박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