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과 어울리기/영화와 놀기 5

다음 소희

학교를 통해 콜센터에 취업한 한 여고생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를 보여주는 정주리 감독의 2023년 영화. 영화를 보다보면 학교에서부터 직장, 교육청, 경찰. 그리고 영화에 나오지 않는 그 위까지 오직 실적에 따른 도표를 인간을 (더 정확히는 노동자 계급인 인간들) 줄세우는 대한민국의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불법과 불의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행위에 대해 말도 안되는 사회적 책임을 덮어씌워서 본질을 흐리려는 또다른 피해자이자 가해자들의 뻔뻔한 모습을 보자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가족 또한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지쳐서 우는 살아있는 딸의 애원을 못들은 척 외면하는 부모의 모습이, 시신으로 만나서는 절규하며 누군가의 책임을 추궁하는 모습과 겹쳐질 때의 씁쓸함이란... 영화를 보다보..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2010)

'천벌을 받을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판타지가 아닌 나쁜 놈들이 오히려 더 잘 사는 지옥같은 현실에서 우리가 복수극에 열광하는 건 악에 대한 복수의 대리만족을 통한 쾌감(?) 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악인이 주인공에 의해 잔인하게 보복당할 때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복남이 핏빛 복수를 하는 장면은....... 슬프다. 정의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 그래서이니 타인의 불행에 무관심한 인간들... 복남은 끝없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지만,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낫을 든다. 불친절한 세상을 향해서...

악마를 보았다(I saw the devil, 2010)

악과 싸우지 마라. 선으로 악을 덮으리라. - 로마서 12장 21절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 복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오직 선한 의지에서 비롯된 용서만이 모두를 구원할 것이다.......... 라는 성서의 이야기는 더이상 현실에선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한다. 강도, 강간, 살인을 비롯한 각종 강력범죄와 도덕적, 경제적, 정치적 범법자들이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비이성적인 사법의 판결과 무관심으로 가벼운 처벌 혹은 무관심으로 유야무야되어 버리는 현실... 이런 비이성과 무관심이 만연한 현실에서 우리는 다시 복수를 꿈꾼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을 모토로.... 그리고 실질적인 복수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복수의 행위는 [맨 온 파이어..

블레이드 러너 : (Blade Runner)

I've seen things you people wouldn't believe. Attack ships on fire off the shoulder of Orion. I watched C-beams glitter in the dark near the Tannhauser gate.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Time to die. 제작사의 압력에 무분별하게 편집되어버렸고, 설상가상으로 스필버그 감독의 [E.T]와 같은 해 개봉하는 등의 악재로 인해 한때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운 작품. 하지만 뒤늦게나마 감독판으로 재편집한 판본이 공개되면서 영화팬들의 열렬한 추앙으로 걸작의 반열에 오르게 된 영화. 짧은 인생이나마 살아온 반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