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체력이 방전되지 않았을 1주차 주말을 기해 테오띠우아칸 (Teotihuacan) 피라미드 유적지에 다녀왔다.
멕시코시티에서 북동쪽으로 4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데오띠우아칸은 규모로는 세계 3번째이고 아메리카 대륙에선 최대규모라고 한다.
멕시코 동남부에 위치한 유까딴 반도에도 테오띠우아칸보단 소규모인 피라미드 유적지가 있다고 한다.
멕시코시티 암불고 거리(Calle de Hambulgo)에서 50여분을 달려 유적지에 도착했다.
총 5개의 출입구 중 우리는 태양의 피라미드(Piramide del Sol)이 있는 5번 출입구로 향했다.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즈음이라 미리 점심을 먹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식당은 찾아보니, 같이 갔던 멕시코 사람인 갈릅이 지하 동굴의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찌는 듯한 사막의 열기에도 불구하고 내부는 반팔 차림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시원했다.대신 가격은 입장료에 팁까지 포함하면 평균 300페소(한화로 약 24,000원) 정도로 비싼 편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 입장권을 사서 (약 60페소) 유적지로 들어갔다.
5번 출입구 쪽으로 들어가니 바로 태양의 피라미드가 보였다.
떼오띠우아칸은 달의 피라미드, 태양의 피라미드, 그리고 죽은자들의 거리와 그 양 옆으로 대규모 주거지 혹은 신전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20여분의 기다림 끝에 태양의 피라미드를 오를 수 있었다.
태양의 피라미드는 모두 360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높이 60여 미터 정도의 거대한 피라미드다. 알려진 바와는, 그리고 보기와는 달리 계단은 그리 가파르지 않다.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의 풍경이 이제서야 여기가 사막이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태양의 피라미드 정상의 중심부에 멕시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길래, 뭔가 있구나 하고 차례를 기다려 보니 중심에 대여섯명이 앉아 뭘 하고 있었다.
도무지 자리를 양보받지 못해 그냥 위에 사진기를 들이대고 찍고 보니, 중심부의 작은 구멍에 사람들이 손가락을 넣고 뭔가를 비는 것 같았다.
정상에서 잠시 더위를 식히고 내려온 뒤 달의 피라미드로 방향을 잡았다.
태양의 피라미드 정상에서 보니 달의 피라미드로 가는 길이 두 개였다.
죽은 자의 길을 따라 가는 지름길과 오른쪽 편에 나있는 평원을 따라 가는 돌아가는 길.
후자로 방향을 잡고 천천히 주변을 구경하며 달의 피라미드로 향했다.
달의 피라미드(Piramide de la Luna)는 입구엔 달의 광장(Plaza de la Luna)이, 주위에는 작은 신전들이 도열해 있었다.
달의 피마미드 정상은 보수때문인지 중간까지만 올라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중간에 올라가 정면을 바라보니 죽은 자의 길 (calle de los muertos)이, 왼편엔 태양의 피라미드가 보였다.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 달의 피라미드를 내려와 천천히 주차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을 맞아 유적지에 놀러온 멕시코 가족들이 많았다.
가족간의 유대가 끈끈해 보였고, 스스럼없는 애정표현이 자연스러워보여 좋기는 개뿔.
커플들은 모두 지옥으로나 가버렸으면 좋겠다. ㅋㅋ
피라미드도 피라미드였지만 더 인상적이었던 건 멕시코시티에서 테오띠우아칸으로 가는 길목에 있던 멕시코 인디오(운전사였던 갈릅의 말에 따르면)의 주거지였다.
가는 길에 위치한 산을 보면 어떤 곳은 중턱까지, 어떤 곳은 산의 정상까지 조그마한 벽돌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집들이 그냥 맨 벽돌만 올려둔 상태였다.
페인트칠은 커녕 미장 마감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집이 대부분이었다.
아마도 경제적인 문제때문일 가능성이 다분하겠지만, 갈릅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그네들의 치부를 건드리는 민감한 문제같아서.
여튼 이 동네들의 집을 보니 멕시코시티 인구가 2,500만명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갈릅에게 물어보니 타지인들은 방문하기 위험한 곳이라고 한다.
기회가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일부러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겠지.
여튼 이렇게 멕시코시티의 1주차가 지나간다...